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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쓰기 연습] 비평글 쓰기 <새의 시선> Part 2

by 희휘낙락 2022. 5. 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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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의 시선과 마주하기

- 정찬 새의 시선」 -

 

  2-2. 새의 시선과 마주하기

 

“사람에게 일상적 자아만이 있는 게 아니잖습니까. 일상적 자아보다 더 순수하고 깊은 자아가 있지요. 일상적 자아가 진실을 싫어하고 끔찍해 한다면, 다른 자아는 진실을 품지요.”

 

  ‘박민우가 괴로운 것은 가 되고 싶은 자아와 불길을 견디지 못하는 자아(“일상적 자아”)가 충돌하기 때문입니다. 두 가지 자아가 충돌하지 않는다면 특별히 괴로워할 이유가 없습니다. ‘박민우의 동생 박윤서일상적 자아가 확고한 사람입니다. ‘박윤서는 의지할 가족이라곤 오빠인 박민우뿐인데도 그의 변화나 심리에 깊이 다가가려 하지 않습니다. 마음이 불편해지기 때문입니다. 특전사 동기인 윤기훈의 경우는 일상적 자아순수하고 깊은 자아사이에서 고뇌를 겪긴 하지만, 법정과 유가족 장례식장을 떠나면 일상으로 복귀하는 수준입니다.

  하지만 박민우박윤서윤기훈에 비해 두 가지 자아 사이에서 첨예한 충돌을 벌이는 까닭은 직접적으로 어떤 진실과 맞닿았던 경험이 있기 때문입니다. ‘박민우새의 감각먼 우주공간에서 들려오는 듯한 어머니 몸의 소리처럼 순수한 감각이라고 말합니다. 그리고 자신이 그러한 순간을 불길 속에서경험한 적이 있다고 말합니다. ‘박민우에게 그 순간이 언제였는지를 묻지만 끝내 대답하지 않습니다. 다만 로 하여금 희망을 가지게 됐다며 감사를 표합니다. ‘박민우가 말하는 희망이란 무엇일까.

  ‘박민우를 만나는 내내 감정에 치우지지 않는 무미건조한 어투로 질문하며 답을 유도합니다. ‘박민우가 숨기고 있는, 하지만 드러나길 원하는 어떤 것이 나타나도록 이끌어줍니다. 마치 영화의 인터뷰어가 증언자들에게 했듯이, 진실과 마주할 수 있도록 끊임없이 박민우를 불길로 몰아간 셈입니다. 이는 두 번째와 세 번째 만남에서 박민우의 변화를 보면 알 수 있습니다. ‘와의 대화 초반 와 관련된 이야기를 할 때는 박민우의 표정이 밝습니다. 그가 생각하는 이상적 시선, 가장 투명하게 진실에 다가서는 순수한 감각에 대해 이야기할 때는 환하게 웃거나, 눈을 빛냅니다. 하지만 뒤이어 현실의 박민우가 그것에 다가가지 못하고 회피하고 있음을 자각할 때 급격히 무력한 모습을 보입니다. ‘박민우새의 감각을 느껴본 경험자입니다. 진실을 포착하고 정면으로 그것들을 담아낸 기억이 있는 사람입니다. 그런 박민우에게 가 준 희망이란, 불길을 견뎌야 비로소 다다를 수 있는 무서운 희망”입니. ‘박민우는 다시금 가 되고자 한 것입니다. ‘가 되기 위해서는 진실을 마주봐야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박민우는 용산참사가 있었던 용산구 한강로의 고층 아파트로 향한 것입니다.

  ‘박민우가 추구하는 새의 시선이란 사진이나 영상을 통해 어떤 사건이나 현장을 있는 그대로 재현하는 것이었습니다. 어떠한 보탬이나 축소가 없이 말입니다. ‘박민우는 참사가 일어났던 용산4지구 남일당 건물 안에서 그날의 진실을 보고 담았습니다. 하지만 진실이 담긴 카메라는 압수당했고, ‘박민우는 그가 추구하던 새의 시선을 잃었습니다. 그의 삶이 의미를 잃은 것입니다. 결국 박민우는 스스로 생을 마감합니다.

 

  거기로 가야 한다는 생각이 불쑥 든 것은 귓속에서 열쇠 돌리는 듯한 소리가 나고 있을 때였다. 피로하거나 기분이 좋지 않을 때 종종 들리는 소리였다. 하지만 ‘거리’가 구체적인 어떤 장소인지, 내 안의 누군가가 만든 상상의 장소인지 알 수 없었다.

  ‘박민우죽음의 배경을 듣고 나서 는 공연히 허무하고 아린 마음을 안고 병원을 나섭니다. ‘에게 엄습하는 열쇠 돌리는 듯한 소리에 이끌려 정처 없이 거리를 헤맵니다. 거리가 어떤 곳인지 는 아직 알 수 없습니다. 하지만 는 쉼 없이 걷습니다. 그러다 불현듯 자신이 낯설어집니다. ‘는 낯설어진 과거의 자신과 지금의 의 관계에 의문을 품습니다. 그러다 어렴풋이 깨닫습니다. ‘역시 새의 시선을 두려워하고 있음을 말입니다.

  ‘를 바라보고 있는 또 다른 는 누구일까. 그것은 이지만 에게서 떨어져 나간 자아, 바로 타자화된 시선입니다. ‘에게서 분리된 타자화된 시선은 앞으로 끊임없이 질문을 던질 것입니다. ‘가 망각하고 있을 어떠한 진실에 대한 의문을 품게 하는 시선’, 바로 새의 시선”입니.

 

 

 

3. 나가며

 

  오늘날의 현실은 삶의 의미가 단순히 생존에만 머물러 있고, 교환 가능성 여부가 가치의 중요한 개념이 돼버렸습니다. 타인과의 관계나 시대에 대한 고찰이 생존 앞에서 무의미한 가치로 여겨지곤 합니다. 하지만 삶이란 그것을 바라보는, 혹은 추구하는 시선으로부터 변화될 수 있습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눈앞에 놓인 다양한 진실에서부터 역사적 흐름 속에 놓인 거대한 진실에 이르기까지 스스로 해석하고 나만의 답을 찾을 수 있어야 합니다.

  하지만 우리들은 모두 무의식, 혹은 의식적으로 다양한 진실들을 회피하며 살아갑니다. 요즘 흔히 사용하는 유행어(TMI)에서도 알 수 있듯이, 타인 혹은 사건의 정보가 과하거나 불편할 경우, 우리는 쉽게 불필요한 이야기로 간주하며 지워버립니다. 자신이 보고 싶은 것만 보고, 듣고 싶은 것만 찾아다녀도 정보가 넘쳐나는 세상입니다. 굳이 불편한 진실에까지 관심을 두지 않습니다. 하지만 그래서는 삶이 변하지 않습니다. 힘들더라도 진실을 바라보려는 노력을 해야 합니다.

  그리고 오늘날의 문학은 꾸준히 진실을 마주해야 하는 중요성에 대해 이야기해왔습니다. 작품 새의 시선역시 진실에 다가서는 또 다른 대안을 제시합니다. 파편적인 오늘날의 삶을 세밀하게 파고드는 핍진함 대신에, 현상이나 사건을 왜곡하지 않고 그저 있는 그대로 정확하게 바라보는 조망의 시선, 바로 새의 시선이 그것입니다. 작가는 박민우라는 개인이 추구하는 새의 시선을 우리 모두가 외면해선 안 되는 역사적 진실과 결부시켜 개인적 차원의 진실이 아닌 공적 차원의 진실로도 확장시키고 있습니다. 주제에 대한 일관성과 더불어 전체적인 구성이 탄탄한, 완성도 높은 작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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