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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 이론] 이상섭 <문학 연구의 방법> Part 2

by 희휘낙락 2022. 5. 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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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섭의 <문학 연구 방법> 요약 Part 2

  제5장 신화 비평의 방법

 

2. 신화 비평의 기본 전제

(2) 신화 비평과 개별 작가

  신화 비평에서는 개별 작품을 만드는 작가를, 작품을 조작할 수 없는 존재로 봅니다. 작품을 되도록 손상시키지 않고 제 모습 그대로 생산하는 게 작가의 책임이라고 생각합니다. 신화비평에서 작가의 개인성은 그의 개인적 양상을 띤 <신화>, 즉 그의 정신 속에 구성되어 있는 상징들의 체계로써 기능할 뿐입니다.

 

(3) 장르의 이론

  신화 비평에서 작가보다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장르입니다. 장르란, 진화론에서 최고로 중요하게 생각하는 종류의 개념과 비슷합니다. 이는 신화 비평이 그만큼 진화론에 크게 영향을 받았음을 보여줍니다. 무한히 많은 개별 작품들은 유한한 몇 개의 장르로 분류될 수 있습니다. 여기서 장르는 역사주의에서 말하는 장르와는 다른 개념입니다. 역사적 장르는 단지 외형적 관례에 지나지 않습니다.

 

(4) 사회 및 문화적 현상

  신화 비평에서 사회 환경이라는 것은 문학의 기본 신화가 표출되기 위한 각 시대와 사회의 우연한 재료일 뿐입니다.

 

(5) 목적론적 관심

  어떤 사물의 궁극적 목적이 그 사물의 생성과 존재의 가장 의의 있는 원인이라면, 문학에 있어서 <목적적 원인>은 무엇인가? 많은 시인들이 서로 비슷한 상징들을 공동 소유처럼 같이 쓰고 있다면 그런 상징들은 각각 하나의 초개인적 체계와 구조를 갖고 있음을 뜻합니다. 신화 비평은 이러한 형상을 원형(原型, archetype)이라고 부릅니다. 그러니까 원형을 작품 속에서 읽어낸다는 것은 작품의 근원(origin)을 캔다기보다 기본 구조를 밝혀내는 것이 됩니다. 문예 비평은 바로 이 원형의 구조를 작품에서 추출하여 재구성하는 작업이 되어야 한다고 신화 비평에서는 주장합니다.

 

(6) 소위 원형(archetype)의 추적

  문학사에서는 문학의 <기원>을 기준으로 비교적 단순한 양식의 문학 현상이 차차 복잡하게 되어가는 과정을 추적합니다. 신화 비평에서도 문학 이전의 현상들, 즉 제식, 설화 등을 작품 형성의 재료로 삼은 과정을 흥미롭게 관찰합니다. 하지만 문학이 신화에서 파생됐다는 선후 관계에서만 그 과정을 고찰하지는 않습니다. 신화는 언제나 원형을 유지하며 문학 작품에서 재현된다고 믿는 것입니다. 신화 비평에서 위대한 작품이란, 신화로부터의 떨어져 나온 파편이 아닌 오히려 그것으로 되돌아가는 복귀를 이룬 작품입니다. 신화 비평을 원형 비평이라 부를 만큼, 원형의 추적은 신화 비평의 중심적 과제라 할 수 있습니다.

 

3. 사계(四季)의 신화-근본적 원형

  신화의 원초적 주인공은 신이기도 하고 인간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사계절의 주인공인 태양 또는 삶의 근본인 풍요(fertility)의 원리와도 언제나 깊은 관련이 있습니다. 신화 비평은 원형 중의 원형을 바로 이와 같은 자연 신화(nature-my-th)에서 찾습니다. 프라이5)는 자연 신화에서 아래 표1과 같이 네 가지 장르의 원형이 발생한다고 말합니다.

 

<표1>

  새벽, , 출생 정오, 여름, 결혼, 승리 석양, 가을, 죽음 어둠, 겨울, 해체
내용 영웅의 출생.
부활과 재생, 창조.
암흑, 겨울, 죽음의 세력이 패배.
(서로 싸이클 형성)
인간의 신격화.
거룩한 혼인 관계.
낙원 입장에 관련.
가을, 신의 사망.
영웅의 죽음.
영웅의 고립.
어두운 세력들.
대홍수와 대혼돈.
영웅의 패배.
소유 제신의 몰락.
부차적 인물 아버지, 어머니 혼인한 신부, 친우 모반자, 유혹자 식인귀, 마녀
원형 로맨스(영웅기담), 열광적 찬가,
광상곡(狂想曲)
희극, 전원시, 목가 비극, 엘레지6) 풍자문학
 

  각 민족의 옛 기록, 특히 종교적 문헌을 검토하는 일은 신화 비평가가 먼저 착수해야 하는 일입니다. 신화의 근본적 구조를 알아본 다음 그 원형들을 설정하고, 그 원형에서 유래한 장르들을 가려내는 것입니다. 대체로 희곡은 신화의 제식면에서 발생한 것이라 할 수 있습니다. 서정시는 신화의 에피소드나 파편에서 발생한 것입니다. 서사시(또는 소설)는 전체 신화, <백과사전적>집합체의 구조를 이어 나가는 것입니다.

 

  영웅에 관한 신화는 영웅의 종족적 사명에 초점을 둡니다. 영웅은 그 사명의 완수를 위한 추구(quest)에 나섭니다. 자연을 초월하는 신적인 영웅이 등장할 때 제시되는 초월적 세계상은 <타락 이전>의 세계 또는 <천국>에 해당됩니다. 이런 비전을 <희극적> 비전이라 할 수 있습니다. 반면 비극적 비전은 자연의 윤회에 복종하는 세계의 비전입니다. 결국 추구신화의 근본적 양상은 희극과 비극 두 비전으로 대표되며, 이를 상술하면 아래 표2와 같은 원형적 심상의 무리를 얻게 됩니다.

 

<표2>

추구 신화
원형 심상
희극적 비전 비극적 비전
인간의 세계 독자의 희망을 충족하는 영웅
공동사회
축제, 제식, 질서, 우정, 사랑
폭정, 무정부 상태, 고립된 개인,
등 돌린 지도자, 포악한 장사,
배반당한 영웅
동물의 세계 양떼, 비둘기-순한 새들의 무리
전원적 심상
야수, 맹금류, 독사,
식물의 세계 정원, 동산, 생명의 나무,
장미, 연꽃
이상향의 심상
음산한 밀림, 황야, 죽음의 나무
광물적 세계 도시, 건물, 사원, 빛나는 보석
기하학적 심상
사막, 험준한 바위, 폐허, 십자가
불길한 기하학적 심상
형성 이전 세계 강물 바다
ex) 해체의 신화-홍수의 신화
 

4, 한국 문학의 신화적 체계-그 성립 가능성

 

  한국 영웅 신화 중 원형을 가장 완전하게 보존하고 있는 동명왕 신화는 상당 부분 서구의 신화와 비슷한 점이 많습니다. 검토가 필요하지만, 가설이나마 동명왕 신화를 세계적 단일 신화의 한국적 전개로 보고, 그 근본 구조를 한국적 문학의 원형으로 삼는 일종의 신화 비평적 실험을 해볼 만합니다.

 

  또한 우리 시가에 흔히 등장하는 인물인 <>을 하나의 신화적 인물로 동일한 인물의 여러 <얼굴>로 본다는 것은, 한국 신화 비평 실험의 정석 가운데 하나가 될 수도 있습니다. <>이 한국의 민족적 영웅(단국이나 동명왕)과 무관하지 않다는 것도 주장할 수 있을지 모릅니다.

 

5. 신화 비평가의 일반적 작업 양식

 

  신화 비평은 비평을 인문 과학의 위치로 옮기려는 의도가 있는 만큼 방계 과학의 응용에 있어 광범위한 융통성이 있습니다. 신화 비평가 눈에 문학은 역사의 한 특정한 시간에 존재했던 역사적 사실인 동시에, 시간을 초월하여 영구히 인간 의식 속에 재현되는 원형들의 표현이기도 합니다. 따라서 신화 비평가의 임무는 문학의 역사성에서 문학의 영원한 원형을 분별해 내는 것이라 할 수 있습니다.

 

 

각주

5) 노드롭 프라이(Northrop Frye, 1912. ~ 1991.)는 캐나다 출신 문학 비평가입니다. 그는 저서 『비평의 해부(Anatomy of Criticism)』에서 문학 비평이 과학과 같이 체계적인 지식이어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문학 비평이 체계화되지 못해 독자적 학문으로 자리 잡지 못한 것에 대한 날카로운 분석을 제시했으며 문학에서 체계적인 구조를 발견할 수 있다고 주장하였습니다.

6) 엘리제, 비가(悲歌, elegy)란 죽은 사람에 대한 애도 또는 침통한 묵상의 시를 가리킵니다. 내용적으로는 애도, 철학적 논고, 죽은 사람의 위로로 구성됩니다. 사랑하는 인간의 죽음을 계기로 인생의 의미와 죽음에 대한 각오를 드러내는 식으로 작자의 생사관(生死觀)을 토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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