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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 이론] 이상섭 <문학 연구의 방법> Part 1

by 희휘낙락 2022. 5. 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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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섭의 <문학 연구 방법> 요약 Part 1

  제5장 신화 비평의 방법

 

  신화 비평은 19세기 말과 20세기 초에 케임브리지 대학을 중심으로 한 인류 학파의 연구 성과에서 자극을 받아 일어났다고 합니다. 케임브리지 인류학파의 대표적인 인물로는 제임스 프레이저1)가 있습니다. 그는 자신의 저서 황금가지』에서 신화가 단순한 미신이나 허황된 이야기가 아니라고 말합니다. 그는 신화란, 과거와 지금, 동서양을 통틀어 인간이라면 누구나 가지는 공통된 기능이라고 말합니다. 인간이 신이나 자연을 섬기기 위해 고대부터 해왔던 행위, 즉 제식(祭式, ritual, 제사)이야기의 형태로 나타난 것이 신화라는 것입니다. 예를 들면 풍요제2)의 형태와 풍요제와 관련된 신화가 세계 어디서든 비슷한 모습을 보인다는 사실은 문화인류학의 입장에서 보면, 인류 문화 자체를 한 덩어리로 생각할 수 있는 기틀을 마련해 준다는 것입니다.

 

  케임브리지 인류 학파 외에도 지그문트 프로이트의 정신분석학, 특히 토템과 터부에서 설명한 민속 신앙의 기원 연구는 신화학자들에게 큰 영감을 주었습니다. 그리고 칼 구스타브 융의 원형과 무의식이론 역시 신화학자들에게 상당한 영향을 미쳤습니다. 원형 무의식 이론에 따르면, 인류의 가장 근본적인 경험은 실제로 겪은 체험이 아닌, 무의식에 각인된 과거의 기억, 말하자면 유전자에 입력된 정보로부터 얻게 됩니다. 시대가 변하면서 그 형태는 조금씩 달라지지만, 근본적으로 인류는 같은 신화를 재생산하고 있는 것이라고 주장하는 신화학자들의 학설을 원형 무의식 이론이 뒷받침해주는 것입니다.

 

  한편 독일의 철학자 에른스트 카시러3)는 언어가 가지는 특징 중 하나인 상징성에 절대적 중요성을 부여하던 학자였습니다. 언어의 상징성이란, 인간의 언어가 표면상의 기호에 그치지 않고 그 안에 다양한 상징을 내포하고 있음을 일컫는 개념입니다. 카시러는 이러한 언어의 상징성 덕분에 생기는 인간의 신화 창조 능력을 강조했습니다. 말하자면, 외부 세계를 인식할 때 언어라는 틀에서 벗어날 수 없는 인간은 신화를 창조할 수밖에 없다는 것입니다. 이리하여 고대사의 한 분야였던 문화인류학은 심리학(정신분석학)과 철학과 합쳐져 20세기 가장 새로운 사회 및 인문과학의 오르가논(organon)4)으로 군림하게 되었다고 합니다. 그리고 이러한 오르가논을 가장 적절히 사용하는 분야가 신화 비평이라 할 수 있습니다.

 

1. 신화의 의미와 문학적 재현

 

  신화는 신 또는 기타 <거룩한 존재>에 대한 일종의 서사시(이야기)입니다. 그러나 신화는 재미있는 <옛말>은 아닙니다. 그것은 사회의 관습, 이를테면 제식은 왜 그런 형식으로 진행되는가, 토템 또는 터부의 기원은 무엇이며, 사회의 기본조직은 무엇인가에 관한 설명을 내포합니다. 신화의 형태상 <거짓 역사>와 혼동되곤 하지만, 옛날에 일어났던 사실이라는 형태로 현대 생활을 옹호, 해석 또는 지도하고 있습니다. 사회 전반의 생활과 미래를 규정하는 까닭에 단편적인 신화들은 차차 집대성하여 하나의 신화 체계를 이루게 됩니다. 이러한 신화 체계는 한 사회에 국한되지 않습니다. 우주의 기원, 신의 기원, 인류의 창조, 역사, 미래에 이르기까지 신화란 인류의 모든 것을 설명합니다. 사회가 번영하면서 신화는 수정, 선정, 삭제 또는 필요에 따라 해석되기도 합니다. 도덕적 진리를 설명하는 알레고리로써 신화를 보는 도덕론자들은 신화의 <이야기>를 추상적인 윤리 또는 형이상학적 교리로 대치시키곤 합니다.

 

  시인은 신화를 합리화하지 않습니다. 그 이야기를 다시 하든지 같은 인물(또는 신)이 등장하는 새로운 이야기를 만들어냅니다. 시인은 신화의 원형(archetype)을 그대로 옮겨 놓되 새로운 소도구를 마련합니다. 그러므로 진정한 의미의 포괄적인 신화적 문학 작품은 원형들의 백과사전이라 할 수 있습니다.

 

2. 신화 비평의 기본 전제

 

  문예비평가는 신화의 기원에는 신경 쓰지 않습니다. 그는 신화의 의미가 그 기원에 있다고 보지 않고, 오히려 그 후의 문학적 전개 속에서 찾아볼 수 있다고 믿습니다.

 

  (1) 지식체계로서의 신화 비평

  문예비평이 하나의 인문과학, 즉 일종의 과학이라는 점은 문학적 지식의 체계를 기초로 둔다는 뜻과 같습니다. 그러므로 개인 또는 한정된 사회의 가치 판단을 목적으로 하지 않습니다. 적어도 신화비평은 지식의 체계화를 추구합니다. 가치판단을 주목적으로 하지 않습니다. 작품 자체의 분석과 비교를 철저히 수행하는 형식주의 비평은 사회적 효용가치나 개인적 취미 반응을 중심으로 하는 비평(사회 윤리주의, 인상주의)보다는 훨씬 과학적입니다. 하지만 마치 고전 생물학이 봉착했던 한계성을 드러냅니다. 고전 생물학은 개개의 생물을 현재 나타난 상태대로만 관찰하였지, 한 생물의 발생 과정, 근원 등은 밝히지 못했습니다. , 개별 생물에 대한 지식은 축적되었어도 그 지식들 간의 연결점이 모호했던 것입니다. 하지만 진화론이라는 중심적 가설이 생긴 후로 생물학 내의 포괄적 연관성은 대치할 수 없을 만큼 튼튼해졌습니다. 문예비평도 그와 같은 상호 연관적 원리가 필요하다는 것입니다. 모든 개개의 문학적 현상(작품)이 하나의 커다란 전체와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있다는 것을 밝힐 수 있는 중심적 가설이 요청된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그 역할을 하는 것이 신화 비평이라 할 수 있습니다.

 

각주

1) 제임스 프레이저(James George Frazer, 1854.1.1 ~ 1941.5.7.) : 스코틀랜드의 민속학자로 민족학, 고전문학의  자료를 비교·정리하여 주술(呪術)·종교의 기원과 진화의 과정을 명확히 하려고 했습니다.
주요 저서로 『황금가지』, 『토테미즘과 외혼성(外婚性)』 등이 있습니다.

2) 풍요제(fertility rites) : 풍작을 기원하는 제식 행위, 미국의 추수감사절(Thanksgiving Day)이나 한국의 추석 등 전 세계적으로 비슷한 양식의 제식 문화가 존재합니다.

3) 카시러(Ernst Cassirer, 1874.7.28 ~ 1945.5.13.) : 독일의 철학자. 신칸트학파인 마르부르크 학파에 속합니다. 카시러 철학의 핵심은 다양성을 수용하면서 통일적인 구성 원리를, ① 인간 정신의 ‘상징기능(象徵機能)’에서 찾아내고 ② 또한 이것을 정적 ·고정적인 형식이 아닌, 역동적 ·생성적인 ‘노작(勞作)’으로 포착한 점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4) 오르가논(organon)은 도구라는 의미를 지니는데, 학문 연구, 논증, 사고의 형식과 법칙과 같은, 학문에 있어서의 준비ㆍ도구의 역할을 하는 것들을 뜻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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