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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쓰기 연습] 한국 페미니즘 문학에 대한 짧은 생각

by 희휘낙락 2022. 5. 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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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 페미니즘 문학에 대해서 : 최은영이 그리는 감정의 결

 

  근래 몇 년 동안 한국 문단에서는 페미니즘 서사가 압도적일 정도로 선두를 달리고 있었습니다. 이같은 페미니즘의 대대적인 조명은 문학에서뿐만 아니라 사회 전반적인 부분에서 동시다발적으로 일어나고 있습니다. 이는 말할 것도 없이 세계적으로 이슈가 되었던 미투 운동의 영향이 클 것입니다. 하지만 패미니즘이 왜 어째서 지금 이렇게까지 대두되었을까. 여성에 대한 폭력에 저항하는 페미니즘 운동은 그 개념이 정립되고부터 꾸준히 진행되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지금, 현재만큼 압도적인 지지를 받은 적은 없었습니다. 과거로부터 지금까지 공고하게 쌓여온 남녀의 위계 개념은 스스로가 깨어있다 생각하는 사람들에게조차 미세한 잔가지를 드리우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바닥을 알 수 없을 정도로 질척한 늪지 같던 세뇌가 어느 순간부터 바싹 말라 균열을 드러내기 시작한 것입니다.

 

  우리 사회는 과거부터 꾸준히 피해 입은 여성들에게 방어적이었습니다. 여자가 당한 폭력은 지금으로부터 그리 멀지 않은 과거에서조차 여성 스스로의 경거망동이 자아낸 것이라고 많은 사람들이 은연중에 생각해왔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피해 여성조차 자신의 상처를 숨기기 바빴습니다. 주위 사람들 역시 그에 동조해왔습니다. 하지만 이에 맞서 목소리를 높이는 사람들이 있기 마련이고, 그들을 하나의 해시테그로 묶어준 미투 운동이 현재의 페미니즘 운동의 도화선이었다고 할 수 있습니다. 단순히 여기서만 이런 부당한 일이 일어나고 있는 것이 아니라 저 먼 타국에서도 그리고 내 바로 옆집에서도 부당한 현실이 존재한다고 말입니다. 그리고 갈라지기 시작한 틈새를 벌리기 위해 작가들 역시 전보다 크게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습니다.

 

  한국 문학에서 여성의 위치, 여성의 역할, 여성의 피해 등을 패미니즘적 시선으로 썼던 작품이 없진 않았을 것입니다. 하지만 극히 일부이거나 캐릭터의 성격을 부여하기 위한 장치로서만 사용됐을 뿐, 요즘처럼 전체 서사, 주제 등을 관통할 정도로 본격적이진 않았습니다. 아예 패미니즘 소설이라고까지 불리는 “82년생 김지영”, “딸에 대하여”, “현남오빠에게 같은 작품들은 없었습니다. 페미니즘 작품들은 지금까지 우리가 너무도 당연하게 여겨왔던 남성 중심주의적 사고의 내밀한 무의식을 꼬집습니다. 여성들조차 스스로를 낮잡아 보고 있었음을 돌연 깨닫게 하는 것입니다. 그러나 현재 이러한 깨달음을 통한 여성들의 연대가, 운동 자체가 갑작스러웠던 만큼, 급속도로 과격해진 측면이 보입니다. 때문에 문학에서도 이 부분은 경계해야 하며, 보다 높은 차원으로 올라서야 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작가 최은영이 그리는 감정의 결은 단순하지 않습니다. 남성과 여성의 대립이나 여성들 간의 무조건적인 연대를 품은 페미니즘적 시선을 넘어서 보다 복잡한 감정을 보여줍니다. 작품 “601,602”에서 친구 효진이 당한 부당한 현실을 가 엄마에게 이야기 할 때, 나의 엄마는 그저 네가 운이 좋았을 뿐이라고, 너는 여자애라고 말합니다. ‘는 여기서 외로움이 서린 분노를 느끼는데, 이는 부당한 현실을 외면하는 엄마의 말과 행동을 결국엔 스스로가 이해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입니다. 현실에 분노하면서도 그 현실이 어쩔 수 없음을 알기 때문에 오는 외로운 분노인 것입니다. 최은영은 여성들의 현실을 씁쓸하게 보여주면서도 무조건적으로 편들지 않습니다. 그들 역시 누군가에게 상처 줄 수 있음을 보여줍니다. 이는 현재의 여성들이 나아가야 할 목소리의 방향을 보여주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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