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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 이론] 엘리자베트 벡 게른스하임 <모성애의 발명> 요약

by 희휘낙락 2022. 6.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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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리자베트 벡 게른스하임 <모성애의 발명> 요약

1장 인구학 논쟁 : 이슈가 된 출생률 감소

 

 

독일은 소멸하는 나라인가?

 

  2006년 독일에서 출생률이 다시금 사회적 테마가 되면서 지식인들 사이 다양한 논쟁이 이루어졌습니다. 논쟁의 시작은 프랑크 쉬르마허의 신간 미니멈minimum》에서 시작됐습니. 이 책에서 가정은 우리를 위험에서 지켜주고 생존을 가능케 하는 이타성의 장소이나 피난처로 그려집니다. 때문에 자녀를 최소한으로 제한하고 있는 오늘날의 독일은 사회적 공동생활의 기본 토대는 물론 생존의 기본 토대까지 위협받고 있다는 것입니다. 이어서 <슈피겔Spiegel>모두가 자기 자신만을 위해 산다: 아이들의 감소는 어떻게 이기주의들의 사회를 만드는가라는 표제 기사를 실었습니다. 이 기사는 쉬르마허의 주장보다 한층 강한 어조로 독일의 상황을 비판했습니다. 현대 독일의 이혼 사회에서는 더 이상 장기간에 걸친 혼인 상태가 가능하지 않기 때문에, 즉 근원적으로 정서적 신뢰가 거의 사라졌기 때문에 몰락이 불가피하다고 진단합니다. 이러한 전문 언론인들의 진단들과 거의 같은 시기에 독일의 출생률 감소를 기록한 국가 인구 실태라는 제목의 책이 발간됩니다. 정치권 역시 가족 정책 사안을 두고 논쟁이 일어납니다. 이러한 논의를 이어받아 독일의 대형 신문들에 수많은 글이 게재되며 감정 실린 언론 논쟁이 계속해서 이어졌습니다.

 

  객관적 사실에 대한 짧은 고찰

  위 논쟁들이 주목하듯, 독일의 가족 규모가 작고 자녀가 적은 현상은 사실입니다. 그러나 이러한 출생률 감소의 문제는 비단 독일만의 것이 아닙니다. 이는 독일만이 아니라 모든 선진국에서 나타나는 특징입니다.

 

  논쟁의 가담자들과 입장들

  최근의 극적인 출생률 감소는 본질적으로 언론에 의해 만들어진 사건이라 할 수 있습니다. 쉬르마허와 <슈피겔>은 출생률 감소라는 주제를 다시 끄집어내 언론 효과를 만들어냈지만, 그것은 이미 오래전에 여러 차례 호황을 누린 적이 있습니다.

 

  국가의 멸망에서부터 불안한 연금까지

  인구와 인구 발전에 관한 과거 논의에서의 척도는 언제나 국가와 국가의 유지였습니다. 출생률 감소를 바라보는 시각 역시 이에 따라 특징지어졌습니다. 20세기 초에는 이 문제를 민족의 죽음, 청소년 없는 민족이라 설파하며 독일인의 사멸을 걱정하는 데서 논쟁이 드러났습니다. 하지만 최근의 논쟁에서는 국가적인 호소나 민족주의적인 어조를 거의 찾아볼 수 없습니다. “독일인의 사멸은 더 이상 파국으로서 개탄의 대상이 되거나 세계 멸망의 드라마로 양식화(공포의 시나리오)되지 않습니다. 그 대신 세대 간 합의의 파기, 불안한 연금, 사회복지 체계의 과중한 부담, 경기 침체 같은 표제어가 전형적인 공포의 시나리오가 되었습니다. 이는 일종의 부담 전가 또는 세속화라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누가 누구와 대립하는가?

  출생률 감소가 다시금 주목받던 1970년대에는 남녀 관계에서 특히 긴장이 높아졌습니다. 그 시대의 슬로건은 해방이었습니다. 그것은 선동어로서 끝없는 소요와 혼란을 불러일으켰으며 출생률에 관한 논의에도 영향을 미쳤습니다. 이때 서로 대립하는 입장을 보이는 두 그룹이 크게 부각되었습니다. 한쪽은 새로 형성되던 여성 운동에 속한 혁명적 열정이 넘치는 여성들로, 전통적 어머니의 역할을 억압의 도구로 이해하고 내 배는 나의 것이라는 구호를 만들어냈습니다. 이들은 출산 파업을 호소하며 낙태의 자유를 위한 시위를 벌였습니다. 다른 그룹은 보수 진영의 정치가, 학자, 언론의 논설위원들로, 모성을 여성의 고유한 천명이자 그것의 실현으로 간주했습니다. 이들은 여성 운동의 저항 행위를 이기심과 그릇된 의식의 결과이며 잘못된 것으로 보았습니다.

 

  그렇다면 오늘날은 어떠합니까? 양쪽 모두 어조가 덜 날카로워졌고 한층 신중해졌습니다. 하지만 여전히 남성적 논증의 틀과 여성적 논증의 틀이 존재합니다. 인구학적 위기 시나리오를 퍼뜨리는 것은 대개가 남성들이며, 이에 반해 여성들은 출생률 위기 소동이라든가 생식을 옹호하는 선동전, 출산 장려 운동 같은 표현을 강하게 항의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처럼 인구학 논쟁은 각자의 강조점과 주제에 따라 극단적인 해석과 입장이 나타납니다. 그러나 진영을 막론하고 계속해서 되풀이되는 주제와 문제들이 있습니다. 출생률 감소라는 주제는 불가피하게 여성의 역할과 지위 및 인생 설계에 관한 논의로 이어집니다. 그리고 바로 이 부분에서 논쟁의 분위기가 눈에 띄게 과열되고 긴장감이 생기는 것입니다. 남성이든 여성이든, 드러내든 그렇지 못하든 간에, 자기 인생의 결정들을 다루게 되는 것입니다. 다시 말해 세계와 자기 자신 그리고 타인을 바라보는 서로 다른 관점이 부딪히는 것입니다.

 

  여성의 관점

  출산에 방해가 되지 않는 선에서만 직업을 가져라

  문제에 대해 일목요연하고 단순한 이미지를 원하는 대중 과학 필자들은 출생률 저하의 원인으로 아이와 직업의 경쟁을 특히 강조합니다. 인구학적 위기 진형은 그들의 논리를 펼치기 위해 처음에는 직업을 가지려는 여성의 소망을 정당한 것으로 인정하지만, 뒤이어 어머니들에게만 특수한 경기 규칙을 덧붙이는 식으로 여성의 직업 활동에 대해 부정적인 뉘앙스를 드러냅니다. 때문에 그들은 출생률 저하의 해결 방안으로 휴직, 시간제 근무, 직업적 야망의 제한과 같은 전형적인 대안을 제시합니다. 말하자면 직업을 가지는 것은 좋지만 출산에 방해되지 않는 수준에서만 가지라는 것입니다.

 

  생물학의 힘

  이런 표현은 기회균등이라는 요구에 비춰볼 때 불쾌감을 유발할 수 있기 때문에 위기 진영의 대표자들은 고상함을 보장해주는 난공불락의 이론을 선택합니다. 바로 생물학, 즉 자연의 법칙입니다. 생물학이 남녀의 노동 분업을 설명하는 열쇠를 제공한다는 것입니다. 성별 관계는 자연의 프로그램 안에 정해져 있으며 공동체의 생존을 위해 포기할 수 없는 것이 여성의 특별한 사명으로 정해지는데, 이것이 바로 이타심과 희생 능력이라는 재능입니다.

 

  남성의 부재와 어머니의 일상

  처음 논쟁을 이끌었던 이들이 전문 언론인 남성들이었다면, 시간이 흐르면서 점점 여성들의 발언도 늘어갔습니다. 이들은 인구학 논쟁에서 남성인 아버지의 역할 역시 빠져선 안된다고 주장합니다. 아버지들의 역할에 대한 새로운 이해 없이 출생률 감소는 멈추지 않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이 진영의 필자들은 여성의 취업이라는 주제에 관한 지배적인 이미지에 분명한 어조로 반대합니다. 아이를 가지려는 마음에 제동을 거는 것은 여성의 직업 활동 자체가 아니라 아이와 어머니에게 적대적인 주변 여건입니다. 가령 적합한 보육시설이 눈에 띄게 부족하다는 점을 예로 들 수 있습니다. 또 어머니에게 보조 교사의 역할을 요구하는 교육체계도 문제입니다. 정말로 출생률 저하를 멈추려고 한다면 생물학이 문제가 아니라 사회적 변화와 정치적 조치가 선행돼야 한다는 것입니다.

 

  또한 모성의 숭고함을 끊임없이 찬미하는 사람들에게는 오늘날의 어머니라는 존재가 얼마나 열악한 상황에 노출되어 있는지를 주장합니다. 아이가 있는 여성은 자신의 인생을 바꿔야 하는데 아이가 있는 남성은 생애의 한 시기만을 바꾼다는 사실입니다. 그들은 모성이나 아이에 반대하지 않습니다. 그러나 오늘날 이곳에서제기되는 요구들에 대해서는 분명하게 반대합니다. 아이를 가지는 것이 다른 모든 것을 밀어내는 인생의 계획인가? 다른 형태의 모성이 있을 수 있고 다른 곳에서 성공적으로 실행될 수도 있습니다. 이를 하나의 명제로 압축하면, 아이들은 좋지만 특정한 조건 아래에서만, 한 조각 자기 인생을 위한 여지가 있을 경우에만 좋다고 할 수 있습니다.

 

  중간요약

  인구학 논쟁은 성별 역할에 관한 토론을 새롭게 부활시켰습니다. 결론적으로 반대되는 구호 두 가지가 도출됩니다. 위기의 시나리오를 대변하는 쪽이 여성의 직업활동은 좋다. 그러나 출산에 방해되지 않는 정도로만이라면, 출산 캠페인 회의론자들은 아이는 좋다. 그러나 자기 인생을 위한 여지가 있는 경우에만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로써 우리는 아이를 가지려는 소망 및 출생률 감소와 관련하여 결정적인 지점에 도달했습니다. ‘한 조각의 자기 인생이라는 주장은 어떻게 해석해야 할 것인가? 도대체 이 주장이 정확히 뜻하는 바는 무엇일까? 그것은 어디에서 온 것이며 무엇을 원하는 것인가?

 

  이 책은 이 질문에 대해, 그리고 거기에서 발생하는 갈등과 투쟁에 관해 다루고 있습다. 중심이 되는 것은 모성과 여성의 자기 인생 사이의 긴장 관계입니다. 오늘날의 질문은 아이를 가지느냐 마느냐 하는 것이며 많은 여성이 이를 두고 긴 결정의 과정을 겪게 됩니다. 이때 여성들을 망설이게 하는 것은 개인적인 갈등이 아닙니다. 그 이면에는 전근대사회에서 근대사회로의 획기적인 변화가 놓여있습니다. 이는 근대적 삶의 형태들이 어떻게 시작되고 변화되었는지를 보여주는 거울과 같습니다. 이 거울을 통해 우리는 근대적 삶의 약속과 동경, 환멸과 불안, 여성의 삶과 모자 관계 속까지 파고든 갈등과 모순을 이해할 수 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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